김미정 소설집 '요요의 빛' 출간
시집에서 시가 흐르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자 선명해진 것!
평생 문학청년으로 살아온 국어교사의 비망록!
당신은 시집을 읽습니까? 묻는다면 네, 보다는 아니요, 하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니요, 하는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왜 읽지 않습니까? 하고 또다시 묻는다면 대부분 ‘왠지 따분하고 자기네들끼리 하는 소리 같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요즘엔 시집이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위 문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와 똑같은 질문을 해도 그 대답은 유사하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따분하다는 거다. 심지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난해함을 무기삼아 시를 쓰는 것 같다’는 말까지 하는 이도 여럿 있다. 그래서 이제는 시인이 사라지는 시대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시집에서 시가 흐르면’은 난해함에서 상당히 자유롭다. 이 시집에 실린 73편의 시는 해설이 붙어야 독해가 가능한 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쉬운 언어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무작정, 가슴을 저미는 일들과 떨쳐버릴 수 없는 기억들을 붙들어 그대로 시에 담기 시작했다고. 그러자 자신이 쓴 시에 수많은 자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겁쟁이, 이중인격, 공황장애, 폭력성, 무관심, 외로움, 자상함, 정의, 비겁, 호색, 순정, 구도 그리고 모범 교사, 나쁜 교사, 좋은 남편, 나쁜 남편, 좋은 아빠, 나쁜 아빠, 좋은 아들, 나쁜 아들…… 등등. 그로인해 이 시집이 자신의 무모함을 증명하는 알리바이라고.
이렇듯, 이 시집은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관점 역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집에서, 때로는 병원에서, 때로는 군대에서, 때로는 학교에서, 때로는 산과 바다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내 눈앞에 보이는 이게 뭐지요?’ 하고 때론 애절하게, 때론 시니컬하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대하는 바가 생긴다. 이 시집이 ‘나도 이렇게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시에 녹여 내며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소망에 대한 어떤 대답이 되었으면 하고.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DNA 버킷리스트!
학생들의 마음 밭에 작가의 씨앗을 심어주는 선생님!
사실, 이 시집은 김호준 작가가 때어나기 전, 문학소녀였던 그의 어머니로부터 디딤돌이 하나 둘 놓아진 DNA비망록이라고 할 수 있다. 72년 전, 김호준 작가의 어머니는 일어로 번역된 러시아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시를 쓰는 19살 문학소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끝나면서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열흘 뒤엔 다시 강원도 고성군 고성읍 봉수리 고향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굳게 믿고 남한으로 피난을 온 것이었다. 분단의 아픔으로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리움으로만 남겨진 고향의 모든 응어리를 시 속으로 녹여 넣으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랬기에 김호준 작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시를 접했고, 우여곡절이 많은 학창시절을 보냈음에도 시와 소설을 써 몇 차례 수상을 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시와 소설을 쓰는 것이 생활의 중심이 된 국어교사가 되어 24년을 살았다. 또한 그는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시집, 수필집, 서평집 등을 묶어 내면서 학생들의 마음 밭에 작가의 씨앗을 심어 주는 것도 소명처럼 이어나갔다.
평생 써 놓은 시를 책으로 묶지도 못하고 죽을 뻔 했구나!
우리의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난겨울, 53세인 김호준 작가는 갑자기 심장에 이상이 생겨 가슴을 움켜쥐며 병원에 실려 갔다. 사흘간 혼미한 상태로 사경을 헤맨 뒤 겨우 깨어났다. 그렇게 살아난 그는 오직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평생 써 놓은 시를 책으로 묶지도 못하고 죽을 뻔 했구나! 그만큼 이 시집의 출간은 생과 사를 가르는 기로에 서 있다가 돌아온 사람의 절실한 버킷리스트다. 그렇기에 이 시집은 작가에겐 스스로의 삶에 대한 보답으로, 또한 바람직한 국어교사의 삶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의미도 될 것이다. 대가의 거창함만이 ‘비망록’이 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시단에, 평생 문학청년으로 살아온 국어교사의 소소한 비망록을 상정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터. 이 시집이 김호준 작가에게, 그리고 빛보다 빠른 시대의 도래에도 여전히 문학청년으로 살고 있는 많은 국어교사들에게 책으로 만들어진 상장이 되길.
작가소개
김호준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24년째 시와 소설을 쓰며 통도사 아래 보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살고 있다. 장편 성장소설『 디그요정』, 교육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 출간. 2013년 《한국교육신문사》교단수기 공모 동상 수상. 2015년 제2회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공모전 대상(총무원장상) 수상. 2022년 《글로벌경제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분에 「차가운 방」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목차
시인의 말 6
1부 시집에서 詩가 흐르면
시집에서 詩가 흐르면 11 | 독수리 12 | 최후의 호흡 14 | 이별 뒤의 긴 호흡 15 | 해부대 위의 사자 18 | 비 오는 날 19 | 길 20 | 바위 22 | 길에게 묻는다 23 | 밥만 남아 24 | 베란다 시시포스 25 | 톰슨가젤 26 | 붉은 울음 28 | 늙은 공부(工夫) 30
2부 무례한 속삭임
어떤 연주자들 35 | 꼽추 아들 36 | 하느님 36 | 1932년生 39 | 다음 기회 40 | 이복순 씨 42 | 작은 전등 44 | 519호 46 | 딸의 소풍 47 | 모범사원 50 |1951년 1월 52 | 모란이 떨어진 날 54 | 영축산 56 | 돈 60 |스무 살, 비 온 뒤 벚꽃 떨어지던 날 62 | 바퀴벌레 64 | 일 기다리는 청년 66 | 다대포 모래알 70 | 의류 수거함 근처에서 73 | 언(言) 74 |남강에 뗏목 띄우고 75 | 주인이 너무 많아 78 | 무례한 속삭임 80 | 남으로 가지 뻗은 왕벚나무 82 |
3부 블랙박스
鄕愁 89 | 아침형 인간 90 | 하늘 사람 91 | 구조조정 92 | 홍단풍 94 | 분노조절 장애 그 뒤 96 | 블랙박스 98 |조덕기 상병 99 | 고객 102 | 멧돼지 사냥 105 | 거울이 깨졌는데 108 | 영축산에서 본 프로야구 선수 110 |
4부 청소년 하나
돌대가리 117 | 청소년 하나 120 | 18세 여름 122 | 눈썹 문신 125 | 적멸보궁 가는길 128 |아동학대 130 | 학생부장의 기도 132 | 시골 학교! 135 | 보광고 138 |선생 김동하 140 | 급식소에서 142 |
5부 백석 시를 다 읽지 못하고
백석 시를 다 읽지 못하고 147 | 구슬산 150 | 길 밖으로 나가면 152 | 웃음 154 | 소년 156 | 시 쓰기 159 |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162 | 착한 청소년들 164 | 회의(懷疑) 166 | 아스팔트 위의 고양이 168 | 지렁이 170 | 독인(讀人) 172 |
시인의 비망록 176
출판사 서평
김호준 작가는 말한다. 이 시집이 자신의 무모함을 증명하는 알리바이라고. 무작정, 가슴을 저미는 일들과 떨쳐버릴 수 없는 기억들을 붙들어 그대로 시에 담기 시작한 것들의 모음이라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김호준 작가는 대학에서 국문과를 전공하고, 이런저런 크고 작은 문학관련 상도 수상을 했다. 또한 24년간이나 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지내며 생애 10권의 책을 내겠다는 다짐 속에서 이미 두세 권의 책도 냈다. 그리고 2022년 올해는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차가운 방’이 당선되어 소설가로도 정식 등단한 약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그저 ‘무작정 쓴 시’라고만 하는 것은 지나친 겸손이다.
5부로 나뉜 소제목만 봐도 그 면면이 상당하다. 시집에서 詩가 흐르면, 무례한 속삭임, 블랙박스, 청소년 하나, 백석 시를 다 읽지 못하고. 표제작이기도 한, 1부 ‘시집에서 시가 흐르면’에는 시인의 작가세계를 느끼게 하는 14편의 시가 담겨 있다. 2부 ‘무례한 속삭임’에는 세상을 적극적으로 바라보면서 다가오는 안타까운 마음이 23편의 시에 들어 있다. 3부 ‘블랙박스’에는 실생활의 단면들이 12편의 산문시로 예리하게 포착되어 있다. 4부 ‘청소년 하나’에는 교사로서의 소명의식이 가슴 뭉클하게 담겨 11편의 시에 녹아 있다. 5부 ‘백석 시를 다 읽지 못하고’에는 만물을 어느 정도 관조하려는 심정이 12편의 시를 통해 눈물처럼 녹아 있다.
무작정, 가슴을 저미는 일들과 떨쳐버릴 수 없는 기억들을 붙들어 그대로 시에 담기 시작했다는 김호준 작가는 5부에 실린 ‘시 쓰기’란 시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축구는 손흥님이만 하는 게 아니라고, 노래는 임영웅이만 부르는 게 아니라고 시는 정호승이만 쓰는 게 아니라고. 분명,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 쓰기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읽기조차도. 김호준의 ‘시집에서 시가 흐르면’은 거기에 대한 질문을 왜? 하고 던지며 동시에 대답을 하고 있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기에. 그래야 시와 시인이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기에.
작가의 말
누군가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이런 대답이 나올 것이다. 무모한 사람이라는. 그렇다 나는 뭔가 하고 싶으면 말부터 했다. 말을 먼저 뱉었기에 어쨌든 몸과 마음이 고생을 했다. 시 역시 그런 성격대로 썼다. 어느 날 국어 교과서에 나온 두보의 시 ‘강촌’을 읽으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두보의 그 시 속으로 뛰어 들어가, 뗏목 뚝딱 만들어 강에 띄우고, 흐르는 물살에 내 몸을 맡기고 싶었다. 그로인해 무작정, 가슴을 저미는 일들과 떨쳐버릴 수 없는 기억들을 붙들어 그대로 시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가 쓴 시에는 수많은 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겁쟁이, 이중인격, 공황장애, 폭력성, 무관심, 외로움, 자상함, 정의, 비겁, 호색, 순정, 구도 그리고 모범 교사, 나쁜 교사, 좋은 남편, 나쁜 남편, 좋은 아빠, 나쁜 아빠, 좋은 아들, 나쁜 아들…… 나는 알고 있다. 이 시집은 나의 무모함을 증명하는 알리바이라는 걸. 그로인해 나의 몸과 마음이 고생을 한 대가라는 걸. 내 삶에 대한 보답이기에 그래도 당당할 필요가 있다는 걸.
이 책은 이평재 작가님께 무작정 손을 내밀면서 엮게 되었다. 지난겨울, 느닷없이 심장에 이상이 생겨 사경을 헤맨 뒤 퇴원을 하면서,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이 지금까지 써온 시를 모두 묶어 시집을 내야겠다는 거였다. 우연히 맺어진 인연을 가연으로 화답해 준 이평재 작가님의 호의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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